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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ebs다큐]한국 교육의 문제/정답만을 요구하는 평가 시스템와 그 결과

밤늦게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뜬 ebs다큐 "시험"을 보았다. 보는 내내 마음이 참 무겁고 착잡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교육을 전공한 내가, 심지어 내 아이 교육도 말이다. 정답만을 요구하는 한국의 평가 시스템과 그 결과를 다룬 EBS다큐 시험을 보고 느낀점을 나눠보겠다.

 

 

한국 학생들의 공부 이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때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공부는 왜 해야돼요?", "특히 수학은 왜 해야 돼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해준다.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된 게 없는 너희들에게 1이 될 수 있는 벽돌을 쌓는 거야. 이 벽돌이 지은 집이 어떻게 완성될지는 모르지만 말이지~" 말은 그럴싸하지 않나?ㅎㅎ이러고는 결론적으로는 시험을 위한 획일화된,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수업을 한다.

서울대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다. 교수님의 모든 말씀을 필기하고 녹음해서 달달 외울 수록 학점이 높다는 거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과 다른 것을 쓰면 학점이 낮기 때문에 수용적인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아직도 공부의 이유에 대한 질문들의 정답을 찾지 못했다.. 나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답을 모르겠다. 공부는 왜 해야할까? 사회 나와서 쓴 적이 없다. 심지어 대학 때 전공으로 했던 과목들은 취업을 한 후로 쳐다본 적도 없다. 왜 해야 할까... 논리력? 문제해결력? 학문의 심미성? 이런 걸 기르고 느끼기에는 한국 교육은 글쎄...

 

너무 뻔하게도...모두가 이런 순수과목을 공부하는 이유는... 이런 과목으로 시험을 쳐서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공무원 시험을 보고, 모두가 알만한 기업에서의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표가 배우고 사고를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시험에서의 고득점에 있으니... PISA시험에서 정말 천재적인 6수준이 한국에서는 드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 더이상 천재는 없다..라는 씁씁한 지표다. 6수준에 갈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들도 한국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꺽이고 마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평가 시스템

한국의 시험 대부분은 객관식이다. 정답을 고르는 거다. 애매해도 정답을 찾아야한다. "이렇게 해석하면 맞을 수도 있지 않나?"라고 의문을 품으면 시험 시간을 날아간다. 그러니 의문을 품는 시간보다 정답을 가려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국 시험에서 논술 시험이 있긴하다. 교사를 뽑는 임용고시의 1교시는 교육학 논술이다. b4 용지 앞뒤장을 빼곡하게 논술한다. 문항은 문제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을 적으라고 하지만 나의 생각은 없다. 달달외운 이론과 해결방안 몇 가지를 쓰면 된다. 교사를 뽑는 시험에서도 암기를 한 것을 적으면 된다. 키워드가 빠짐없이 잘 들어가도록 말이다.

 

이러니 이미 암기를 베이스로 한, 시험을 위한 공부가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당연하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말이다. 현재 교육체계의 문제를 알아도 관성에 따라,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는 거다.

 

다큐에서의 한국 교육이 이렇게 된 원인은 평가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답을 찾는 시험에 초, 중, 고 12년 동안 훈련되어 왔기 때문이다. 비판적이 생각이나 호기심 어린 질문은 시험공부를 방해하기 때문에 공부 쫌 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런 생각을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학교를 다니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적이 있던가...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주어진 시간에 실수 없이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기 바쁘다.

 

한국 사회는 교육열이 굉장히높다. 그래서 성적에 굉장히 예민하다. 교육열이 심한 곳에서는 학부모가 답안 정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평가에 굉장히 예민하고 조심스럽다. 모두가 납득할만한 논란 없는 정답을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에서 학생들에게 주관이 들어간 답을 쓰도록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모두가 납득할만한 채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 평가에서는 정확한 정답이 있는, 논란이 없는, 적당한 난이도의 문제로 구성된 시험이 제일 좋다. 

 

수용적인 학습 태도

노벨경제학자 수상 제임스 헤크먼 교수가 한국 교육을 튤립파동에 비유하고 있다. 갑자기 오른 튤립 가격으로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튤립에 모두가 투자했다가 모두가 함께 몰락한 파동이다.

수용적인 학습 태도, 생각을 요구하지 않고 신속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연습. 이것이 점수를 잘 받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건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나름 공부 꽤나 했던 사람들이면 인정할 것이다.

 

정말 혼란스러운 시대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잘못된 체제임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한숨을 쉬게 된다. "일단 정해진 게 없으면 공부를 해야지. 공부 말고 더 가치 있는 게 있으면 그거에 몰입을 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부를 해야지." 나름 합리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말 자체가 모순인 상황을 만든다. 몰입할게 정해진 학생은 거의 없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부 말고 다른 것에 오랫동안 한눈을 팔 수 없다. 그러니 공부를 해야 하는 게 학생의 본분이 되는 거다. 요즘은 나름 중1에서는 자유학년이라고 해서 시험을 치지 않지만 글쎄다... 근본적인 게 해결되지 않으니 잠깐 시험체제를 1년 미룬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사람들이 인정하는 직업과 워라벨을 가지려면 시험을 치고, 고득점을 받아서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가 계속된다.

 

나의 다짐

이 다큐를 보면서 하나 다짐한 생각이 있다....물론, 분위기에 잘 휘둘리는 내가 흔들리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우리 아이한테는 학교 성적을 1순위로 두지 말고, 네가 관심 가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 대해서 책을 읽게 하자.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게 하자.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도 하겠지... 하란다고 하겠나...)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부모가 굉장히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건 굉장히 불안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EBS다큐 시험을 보고 포스팅을 마친다.